37세 중국 남성 왕모씨는 올해 1월 항저우(杭州)에 있는 알리바바 그룹 본사로 스카우트 됐다. 입사 당시 건강검진에서는 어떤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 건강하던 몸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은 지난 7월. 병원에서 백혈병 진단을 받았고 얼마 되지 않은 7월13일 사망했다. 베이징에서 근무하던 왕씨는 알리바바 그룹에 입사하면서 항저우의 쯔루(自如)라는 브랜드 셰어 하우스에 입주했다. 아파트를 개조해 여러 사람이 살 수 있도록 한 임대 주택이다.
대형 부동산업체 롄자가 운영하는 쯔루는 세련된 인테리어와 철저한 관리로 젊은 도시 노동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러나 이윤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다보니 저가 건축 자재, 공사 기간 단축, 공사 직후 입주 등으로 입주자들이 새집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왕씨 유족들은 왕씨가 살던 방에서 기준치를 훨씬 초과하는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다며 이를 백혈병 발생의 직접 요인으로 지목했다. 입사 당시 건강검진에서 이상 징후가 없었다는 점, 베이징에서 거주하던 집과 알리바바 사무실은 지은 지 10년이 넘어 새집 증후군과 거리가 멀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든 젊은이들의 보금자리인 셰어 하우스가 원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셰어 하우스의 포름알데히드 문제는 이전에도 제기됐다. 개조 공사가 끝나자마자 세입자를 입주시켜 환경 호르몬에 노출시키는 것은 물론,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물량을 무기로 월세를 올리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전국의 셰어 하우스 브랜드는 1200여 개로 200만 채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가장 규모가 큰 쯔루는 지난해 기준으로 베이징·상하이·선전·항저우·난징 5개 도시에서 40만채 이상의 아파트를 가지고 있으며 100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월세 시장 가격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파워를 가진 셈이다. 쯔루가 직접 소유하고 있는 집도 있지만 주로 집주인과 계약한 후 여러 명이 살 수 있는 셰어 하우스로 개조해 재임대하는 방식이다. 임대료에는 청소 등 관리비도 포함된다. 세련된 인테리어에다 관리까지 책임을 지기 때문에 일자리를 찾아 젊은이들이 몰리는 대도시에서 인기가 많다.
그러나 주변 시세보다 월세가 높게 책정되다보니 자연스레 월세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실제로 베이징·상하이·선전 등 주요 대도시의 7~8월 월세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많게는 30%까지 뛰었다. 졸업과 취업 시기가 맞물린 성수기지만 이상 과열 현상이다. 월세 폭등 주범으로 지목되자 쯔루는 임대주택 계약 연장 시 월세 상승폭이 5%를 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인테리어 공사 후 입주까지 짧은 시간 내 이뤄진다는 점도 문제다. 청두에서는 쯔루가 임대 계약, 개조 공사, 세입자 입주까지 불과 16일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폭로가 나왔다. 해당 집에서는 포름알데히드가 기준치의 3~4배를 넘게 검출됐다.
여론이 악화되자 쯔루의 최고 경영자 슝린(熊林)은 포름알데히드 검출에 대해 사과하고 인테리어 공사가 끝난 후 첫 임대는 당분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환경 호르몬이 적게 나오는 건축 자재를 쓰겠다는 약속도 했다. 쯔루 측의 책임이 입증되면 전액 배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정에서 포름알데히드와 백혈병 발병의 인과관계를 밝히기는 쉽지 않다. 개인이 거대 부동산 업체를 상대로 싸우는 것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두 명의 ‘베이피아오(北漂·베이징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지만 베이징시 호적이 없는 무주택자)’ 여성들이 쯔루 아파트에 살다가 포름알데히드 피해를 입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쯔루 측은 이들에게 새집 냄새 제거용 숯 세트를 제공하고 한 달 치 월세를 배상금으로 주는 것으로 문제를 덮었다. 2015년에는 임신부 런 모씨가 쯔루 아파트 입주 후 빈혈 증세를 보인 후 백혈병 확진을 받았다. 이후 두 달 만에 사망했다. 런씨가 살던 방 안의 포름알데히드 농도는 기준치를 몇 배나 넘었다. 런씨의 남편은 소송을 제기했지만 쯔루의 책임을 입증하지 못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에는 두통, 어지럼증을 호소하거나 기준치를 넘는 포름알데히드 수치 등 비슷한 사례가 올라오고 있지만 이사 가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태다.